Page 146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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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이 심성본정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설일체유부에서는 끝까지 ‘심성본부정설心性本不淨說’을 주장했다.

          심성본부정설은 심성은 본래 청정한 것이 아니라는 설이다. 『대비바사론大毘
          婆沙論』 권27에 의하면, 설일체유부에서는 “간혹 어떤 사람은 ‘심성은 본래부

          터 청정하다’고 집착하는데, 마치 분별론자分別論者와 같다. 그들은 ‘마음의
          본성은 청정한 것인데 객진번뇌에 더러워졌기 때문에 모양이 청정하지 않다’
          고 한다. 그들의 그러한 집착을 중지시키고 심성은 본래 청정한 것이 아니며,

          객진번뇌에 더러워졌기 때문에 모양이 청정하지 않은 것이 아님을 드러내 보

          이기 위함이다(T 27, p.140b).”고 주장했다. 이것은 설일체유부에서 대중부와
          분별론자들이 주장하는 심성본정설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 설일체유부에
          서는 어떤 논리적 근거로 심성心性의 불청정설不淸淨說을 주장하게 되었는

          가? 『대비바사론』 권27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만일 마음의 본성이 청정한 것인데 객진번뇌에 더러워졌기 때문
              에 모양이 청정하지 않다고 한다면 어째서 객진번뇌의 본성이 더

              러운 것이 본성이 청정한 마음과 상응하기 때문에 그 모양이 청

              정해지지 않는 것인가? 만일 객진번뇌의 본성이 더러운 것이 비록
              본성이 청정한 마음과 상응한다 하더라도 모양이 청정해지지 않
              는다면 역시 마음의 본성이 청정한 것은 객진번뇌의 모양이 청정

              하지 않은 것을 말미암지 않을 것이니, 뜻이 서로 유사하기 때문

              이다.” (T 27, p.140bc)


           위 인용문에서는 두 가지 근거로 ‘심성본정설’이 잘못된 주장임을 지적하

          고 있다. 첫째는 청정한 마음이 객진번뇌에 의해 더러워졌다면, ‘왜 객진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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