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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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달마와 다른 곤륵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곤륵蜫勒’이 무엇일
까? 일본학자 오기와라 운라이(荻原雲來, 1869-1937)는 1911년 6월 『철학잡
지哲學雜誌』 제22권 제244호에 발표한 「곤륵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곤륵
4)
은 ‘비륵螕勒’을 잘못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곤륵’은 오자誤字고 ‘비륵’이
올바른 표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타이완의 인슌(印順, 1906-2005)은 ‘곤
륵’이 정확한 표기라고 반박하며, 아비달마가 ‘상좌부 계통의 논서’라면 곤
륵은 ‘대중부 계통의 근본 논서’라고 지적했다. 5)
인용문 [12]에는 ‘곤륵’이 경을 해석하는 두 가지 주요한 방법, 즉 ‘수상
문隨相門’과 ‘대치문對治門’도 언급되어 있다. 수상문은 연상 작용 하듯이 연
이어 해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허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허공은 무위
법, 무위법에 택멸과 비택멸 등 세 가지가 있다는 식으로 연상 작용을 통
해 관련된 개념을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대치
문은 사전도四顚倒 가운데 하나인 ‘상常전도’라는 말을 들으면, ‘무상한 것
을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 보는 견해’를 생각함[正. 한 측면]과 동시에
신념처身念處로 상常전도를 대치하는 것[反. 다른 측면]까지 고려해 경전을 해
석하는 태도다. 낙樂전도에 대해서는 수념처受念處, 아我전도에 대해서는
심념처心念處, 정淨전도에 대해서는 법념처法念處까지를 포함해 정正·반反을
동시에 고려하면 경전을 정확하고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용문 [12]에 보이는 ‘공문空門’은 무엇일까? 바로 대승의 공문을 말한
다. 공문 역시 경전을 해설하는 방식의 하나였다. 아비달마문, 곤륵문, 공
문 등 세 가지 가운데 ‘부파불교 주류 시기’를 대표한 것은 아비달마문이었
4) 이 글은 ‘荻原博士紀念會, 『荻原雲來文集』, 1938, pp.204-216.’에도 수록되어 있다.
5) 印順著, 『說一切有部爲主的論書與論師之硏究』, 臺北: 正聞出版社, 1968, pp.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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