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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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자상은 자상을 ‘포섭[攝]’하나 타상他相을 포섭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정定과 혜慧는 자상이 다르다. 포섭하지 못한다. 다른 존재[法]다. 이 방법
을 ‘상섭론문(相攝論門, 攝門)’이라고 한다. ‘상섭론문’만으로 모든 존재를 정
리하기 힘들다. 존재의 자상(자성)을 분별하는 섭문攝門, 심心과 심소心所를
분석하는 상응문相應門, 일체 존재의 시간적 관계(전·후·동시)를 분석하는
인연문因緣門 등의 방식으로 모든 존재를 분류하고 정리한다. 다만 상相과
성性은 통용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본성의 측면에서 말하면 자
성自性이고, 모습의 견지에서 보면 자상自相이다. 그래서 『대지도론』(권제31)이
“성과 상의 의미는 같다[性相同義(T25, 293c)].”고 한 것이다. 자상自相과 자성自
性은 같은 개념이다.
아무튼, 자상문, 공상문, 섭문, 상응문, 인연문 등 다섯 가지 분류 방식·
주제를 응용해 모든 존재를 분석해 들어가면 5위75법, 5위100법이라는 ‘법
체法體의 표表’를 만들 수 있다. 존재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아비달마는 이런
과정을 거쳐 성립된 것이다.
결국 아비달마는 우파제사, 마달리가 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엄밀하다. ‘아비달마’가 우파제사·마달리가를 뛰어넘는 것은 당연하다. 개
략적으로 말해 우파제사는 『아함』에 있는 붓다의 교설을 이해하고 정리하
는 단계[초기]에 나타난 방식이며, 마달리가는 우파제사를 넘어 경·율 이외
의 문헌으로 발전해가던 시기[중기]에 나타난 방식이며, 아비달마는 단순히
『아함』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안목과 관점으로 붓다의
교설을 하나의 장대한 체계로 수립하던 시기[마지막 단계]에 나타난 방식이라
고 할 수 있다. 아비달마와 관련해 『대지도론』 권제2·권제18에 주목해야 될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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