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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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 설일체유부에서는 19가지로 나열하지만 대승불교의 유식유가행파에
          서는 20가지로 꼽고 있다.
           백일법문은 대승의 유식설을 기준으로 함으로 20가지로 설명한다. 20가

          지의 수번뇌 역시 그 경중에 따라 세 그룹으로 다시 분류된다. 10가지의

          소수小隨, 2가지의 중수中隨, 8가지의 대수大隨가 그것이다. 이를테면 ‘작은
          번뇌’, ‘중간 번뇌’, ‘큰 번뇌’라는 뜻이다. 번뇌의 경중에 따라 대중소로 구
          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열  가지  소수에  대해  성철  스님은  “분忿은  분심忿心을  내는  것이고,

          한恨은 원한이고, 뇌惱는 뇌란을 말합니다. 부覆는 자기 허물을 덮는 것이
          니, 허물이 있을 때 남이 알까 싶어서 덮어 숨겨버린다는 말입니다. 광誑은
          거짓, 첨諂은 아첨, 교驕는 교만, 해害는 남을 해치는 것, 질嫉은 질투,

          간慳은 아껴서 너무 인색한 것”이라고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면 먼저 마음의 작용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스려야할 번뇌의 양상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지면 관계상 이번 호
          에는 분노와 관련된 세 가지 항목인 ‘분노[忿]’, ‘원한[恨]’, ‘뇌란[惱]’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이 세 가지가 수번뇌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데,

          하나 같이 분노와 그로부티 비롯되는 감정과 관련된 마음작용이다.
           분노를 참지 못하면 정신적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2차 3차의 부정적 번
          뇌와 행위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분노의 에너지는 가장 먼저 자신의 내면

          적 평화를 깨뜨리고,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더 나

          아가면 물리적 위해로 발전한다. 나아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가슴에 품
          고 살면 원한으로 응어리지게 된다.
           원한은 지난 일에 대한 억울함이나 손해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원한의

          감정을 담고 사는 것은 지나간 과거 일에 자신의 삶을 옭아 매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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