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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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품고 내려놓지 않으며 원한 맺는 것이 본성이다[由忿為先 懷惡不捨 結怨
          為性]. 원한을 품지 않음[不恨]을 방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이 작용이
          다[能障不恨 熱惱為業]. 원한을 품은 사람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정신적 고통

          에 시달리기 때문이다[結恨者不能含忍 恒熱惱故].”

           한은 앞 단계에서 경험한 분노와 관련된 마음작용이다. 나쁜 상황에서
          촉발된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품고 있으면 원한으로 굳어진다. 분노가 나
          쁜 상황에서 촉발된 일회적 감정이라면 한은 지속적 감정으로 굳어진 것

          이다. 이미 벌어진 사건에서 촉발된 것이 분이라면 한은 미래에 복수하겠

          다는 다짐이므로 지속성을 갖는다. 화가 났던 상황에 대한 수치심과 억울
          함을 계속 곱씹고 있으면 자연히 복수를 통해 손상된 감정을 치유 받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작동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참는 것은 굴욕이나 패배로

          인식되기 때문에 한을 품으면 참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마음

          은 지속적으로 수치심과 복수심 같은 부정적 감정에 시달리면서 고통 받
          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단어가 ‘열뇌熱惱’이다. 분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이

          르는 말이다. 보통 화가 날 때 ‘열불 난다’거나 ‘열 받는다’고 하는데 딱 그

          런 의미이다. 분노를 우리말로 ‘화’라고 표현하는데 그 성질은 불과 같으므
          로 화는 ‘화火’라고 할 수 있다. 화는 초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불태우는 무서운 불씨가 된다.

           셋째, 뇌惱는 한으로 인해 생기는 신경질적 감정을 말한다. “이미 일어난

          분忿·한恨에 자극받아 감정이 폭발하여 평정을 잃고 포악해지는 것이 본
          성이다[忿恨為先 追觸暴熱 佷戾為性]. 고뇌하지 않음[不惱]을 방해하며, 타인에
          게 마치 지네가 쏘는 것처럼 하는 것이 작용이다[能障不惱 蛆螫為業].”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상에 자극 받아 분노가 생겨나고, 그 분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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