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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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내면에 쌓이면 원한이 된다. 뇌란은 분노와 원한 때문에 수반되는
             부정적 감정으로 분노를 곱씹고, 복수를 다짐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태를 말한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쉽게

             자극받아 불같이 화를 내는 등 감정이 날카로워진 상태이다. 소위 말해서

             내면적 스트레스로 까칠해진 상태가 뇌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상태를 ‘폭
             열暴熱’이라고 표현한 것도 흥미롭다. 뜨겁게 달아올라 작은 자극에도 폭발
             하는 마음을 폭열이라고 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마치 지네나 벌이 쏘는 것

             처럼 험악한 표정과 말을 쏟아내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분노로 인해

             복수심과 수치심에 자극받은 감정은 칼날처럼 까칠해질 수밖에 없다. 평
             소 같으면 웃어넘길 일도 불같이 화를 내고, 사나운 벌레가 쏘는 것처럼
             험악한 욕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상 세 감정의 연관관계를 다시 정리해 보면 첫째 자신에게 손해가 되

             거나 거슬리는 상황을 만난 순간 화를 낸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분노의 감
             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내면의 원한으로 자리 잡는다. 그런 감정을 품고 살
             면 성격은 날카로워지고 사소한 자극만 받아도 불같이 화를 내며 타인에

             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며 스스로 고통에 시달린다.



                마음을 허공처럼 쓰기



               『성유식론』에서는 이상의 세 감정 즉 분, 한, 뇌를 모두 “진심소의 일부

             분을 본체로 한다[瞋恚一分為體].”고 했다. 역경계를 만나 불같이 화를 내고,
             상황이 종료되었는데도 가슴에 담아두고 상대를 원망하며 복수를 다짐하
             고, 끓어오르는 분노와 복수심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모두 순간의 불쾌한 상황을 유연하게 넘기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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