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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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에너지에 스스로 속박당하는 것이다. 원한은 상대방으로 인해 자
신이 얼마나 손해를 보았는지를 곱씹게 되고, 어떻게 복수할 것인지를 궁
리하면서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렇게 신경이 곤두서서 날카로워진 심리상
태를 뇌란이라고 할 수 있다.
분노로 유발되는 세 가지 번뇌
『성유식론』을 통해 이들 세 가지 종속번뇌에 대해 고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분忿은 나쁜 상황 때문에 비롯되는 분노의 감정을 말한다. “현
전의 이롭지 않은 상황을 만나 분노하는 것이 본성이다[現前不饒益境 憤發為
性]. 분노하지 않음[不忿]을 방해하고, 몽둥이를 잡는 것이 작용이다[能障不
忿 執仗為業]. 분노를 품는 사람[懷忿者]은 대부분 포악한 신표업身表業을 많
이 일으키기 때문이다.”
분이라는 심리작용이 일어나는 요인을 두 가지로 들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시간적으로 ‘눈앞의 일[現前]’이고, 상황적으로 ‘이롭지 못한 상황[不饒益
境]’이 그것이다. 즉 현재 자신에게 이롭지 못한 상황에 의하여[依對] 촉발되
는 부정적 감정이 분노다. 사람들은 자신의 뜻과 어긋나는 상황을 만나면
그것에 자극받아 화를 낸다. 그런 내적 감정은 행동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분노는 ‘몽둥이를 드는 것이 업[執仗為業]’이라고 했다.
감정이 솟구칠 때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불쾌한 감정으로 끝나지 않
고 폭력적 행동으로 폭발하게 된다. 1차적으로 악담 같은 구업을 짓고, 2차
적으로 물건을 던지거나 급기야 몽둥이를 휘두르며 타인에게 물리적 위해
를 가한다. 그래서 분노의 감정을 품은 사람은 포악한 행위를 하게 된다.
둘째, 한恨은 분노에 의해 생겨나는 원한이다. “이전에 생긴 분노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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