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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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우리 모두에게 항상 일어난다. 태양에서 1억 5천만km 정도 떨어
          져 있는 지구는 1년에 한 번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1년 동안 9억km의 거
          리를 달려야 하므로,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속 30km에 이른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5초면 갈 수 있는 엄청난 속력이다.

           그럼 내 앞에 놓인 모니터의 속도는 얼마인가. 내가 보기에는 정지해 있
          지만, 지구 밖에서 본다면 초속 30km로 날아간다. 지상의 모든 물체가 우
          리와 같은 속도로 우주 공간을 달리기 때문에, 우리는 주변의 물체가 정지

          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지구를 벗어나 본 적이 없으므로 그렇다고 확

          신할 뿐이다. (달도 지구와 함께 움직이므로, 달 탐사 우주인마저 우주 공간을 떠돌아
          다니는 지구를 벗어나지 못했다). 모니터 자체는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
          지 않는 것도 아니다. 관계의 맥락에 의해 우리에게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날 뿐이다.

           엄청난 속력으로 달리는 지구 위에서 공을 위로 던지면, 이는 배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과 정확하게 같은 상황이 된다. 지구와 함께 여행하는 우리
          에게는 공이 수직 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에게 언제나 그렇게

          보이는 것은 우리가 언제나 지구 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은 수직 운

          동을 한 적이 없다. 수직 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우주의 운동     그러면 내 앞의 모니터는 초속 30km로 날아가는 건가?

          아니다. 태양이 고정돼 있고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

          나 태양은 우리은하(태양계가 속한 은하)를 초속 230km의 속력으로 공전한
          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와 초속 90km의
          상대속도로 움직인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를 포함하는 은하의 모

          임은 버고은하단에 끌려가고, 버고은하단은 버고초은하단에 끌려가고,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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