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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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라는 사상으로 전개된다.
삼계유심三界唯心의 ‘심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후대 여러 가
지 견해가 있다. 곧 유식종에서는 능변식심能變識心으로 보고 있고, 천태종
에서는 망심妄心으로 보았으며, 화엄종에서는 이 심을 여래장자성청정심如
來藏自性淸淨心으로 보고 있다. 이 여래장자성청정심의 근거가 바로 ‘삼계허
망 단시일심작’이다. 『화엄경』에서는 ‘심조제여래心造諸如來’라고 분명히 밝히
고 있다. 화엄원교華嚴圓敎에서는 일심을 원명구덕일심圓明具德一心으로서 일
진법계一眞法界의 체體로 보기 때문이다. 『입능가경入楞伽經』 제1 청불품請佛
品에서 “적멸이란 일심이며, 일심은 여래장이다[寂滅者, 名爲一心, 一心者, 名爲如
來藏].”
또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 “따라서 일체법은 근본을 쫓아 이미 들어
왔으며, 언설의 모양을 떠났으며, 이름의 모양을 떠났고, 심연心緣의 상相을
떠난다. 결국에는 절대 평등의 세계로서 변하거나 뒤바뀌는 일[變異]도 없
고, [외부의 힘에 의해] 파괴될 수도 없는 일심뿐이기 때문에 진여眞如라고 한
다[是故一切法, 從本已來, 離言說相, 離名字相, 離心緣相. 畢竟平等, 無有變異, 不可破
壞, 唯是一心故, 名眞如].” 이 진여 혹은 여래장심을 일컬어 일심이라고 한다.
즉 『대승기신론』에서는 일심을 만유의 근본 원리로 본다. 이와 같이 『대승기
신론』에서는 화엄의 사상을 계승하여 “삼계는 다 허위요, 오로지 마음이
지어냈을 뿐이다. 마음이 없으면 [우리가] 감각으로 느낀 이 세계 또한 없다
[三界虛爲, 唯心所作, 離心則無六塵境界].”고 말한다. 위에서 인용한 『삼장법수』
의 일심은 이 세 번째 해석에 해당된다. 즉 일심을 만유의 근본 원리로 이
해한 것이다.
한편 선불교에서 말하는 ‘한 물건[一物]’을 일심으로 혼동하는 사람이 적
지 않다. 조선 중기 청허 휴정(淸虛休靜, 1520-1604)이 지은 『선가귀감禪家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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