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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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공가중空假中의 세 가지 측면에서 관하는 관법을 말한다. 일심삼관을
공관空觀·가관假觀·중관中觀이라고도 약칭하며, 공가중空假中 삼관이라고
도 한다. 이때의 삼관은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의 ‘종가입공이제
관從假入空二諦觀, 종공입가평등관從空入假平等觀, 중도제일의제관中道第一
義諦觀’을 바탕으로 하여 정립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삼관을 닦는 방법으로는 이 세 가지 관법을 별개의 것으로 나
누고, 그 다음에 세월을 두고 관하는 별교別敎의 삼관과 일념一念 가운데
공가중空假中이 융화된 진리를 관하는 원교圓敎의 삼관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원교의 삼관은 일념의 마음이 대상이 되는 것으로, 일심이 공空하면
일체가 공하고 일심이 가假이면 일체가 가이며, 일심이 중中이면 일체가 중
이라고 하였다. 즉 일심을 관조하여 대상에 사로잡히는 마음을 파하고 모
든 현상을 살필 뿐만 아니라 절대의 세계까지를 체달하는 것이다.
요컨대 일심삼관이란 모든 현상에는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고 주시하는
공관空觀, 모든 현상은 여러 인연의 일시적인 화합으로 존재한다고 주시하
는 가관假觀, 공空이나 가假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진리를 주시하
는 중관中觀은 서로 원만하게 하나로 융합되어 있으므로 한 마음으로 동
시에 닦는 수행법을 말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심은 문맥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이것을 무시하고, 일심을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청정한 성품”,
즉 만유의 근본 원리인 진여 또는 여래장심으로 해석할 경우, 바라문교
에서 주장하는 불변하는 아뜨만(ātman, 自我)의 개념과 조금도 차이가 없
게 된다. 일심은 불변하는 어떤 실체가 아니다. 일심을 아뜨만과 같은 것
으로 간주하면 불설에 어긋난다. 우리는 이 점에 특히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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