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9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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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스즈키 다이세츠, 鈴木大拙館에서.
자대비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그의 마지막 작업은 일본적 영성의 건설이다. 그는 일본적 영성의
발현을 대지성大地性에서 찾았다. 땅과 가까이 하는 농민들이 그 주인공이
다. 생명의 근원은 대지인 것이다. “그에게는 하늘은 멀고, 땅은 가깝다. 대
지는 어찌되었든 어머니이다. 사랑의 대지이다. 이 정도로 구체적인 것은
없다. 종교는 실로 구체적인 것으로부터가 아니면 발생하지 않는다. 영성의
깊은 곳은 실로 대지의 좌座인 것이다.”(「일본적 영성」) 신앙의 정열로 열락의
기쁨을 안고 살아가는 정토신앙인들인 묘호인妙好人들이야말로 이러한 전
형적 종교인이다. 일상의 수행, 일상의 신앙이 기쁨으로 점철된 곳이 바로
대지인 것이다. 이성이 잃어버린 곳이다. 또한 임제의현의 일무위一無位의
진인眞人이 바로 자신의 신체와 신체 전 감각을 관통하는 영성의 작용이라
고 본다. 물론 이 영성이 일본에만 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폭주하는 근대문명의 운전자인 이성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신과 물질에 대해 이원적이면서도 일원적이고, 일원적이면서도 이원적인
세계에 대한 인식은 자아를 초월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자아의 통합이
자 영성의 작용은 현실에 대한 반성, 즉 인과로 점철된 세계를 초월하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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