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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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적 세계가 펼쳐지는 곳에 있다. 즉 자기부정인 초개超個의 인人이 되어야
한다. 첫 저서인 『신종교론』에서 “유한의 무한에 대한, 무상의 불변에 대한,
아의 무아에 대한, 부분의 전체에 대한, 생멸의 불생불멸에 대한, 유위의
무위에 대한, 개인적 생명의 우주적 생명에 대한 관계를 감득하는 이것을
종교라고 한다.” 하여 폐쇄적인 근대적 개아는 영성의 무한 절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6조 혜능이 설한 “무념위종, 무상위체, 무주위본”에서 무념의 념, 무상
의 상, 무주의 주가 또한 바로 영성적 직각이다. 절대의 무분별을 통해 분
별과 무분별도 끊어진 절대무가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개즉초개個卽超個,
초개즉개超個卽個의 영성이 현현하는 바로 이곳에서, 정토와 선을 일치시
킨 그의 혜안으로 현대 문명에 밝은 빛줄기가 감로수처럼 쏟아진다.
그는 사사무애의 경지가 절대적 실존론이라고 하며 법계만다라를 통해
개개원성箇箇圓成의 그림으로 도식화한다. 원 안에 선을 이으면 중심이 생
기는데, 그 중심에는 근대 일본을 파멸로 몰아넣은 천황과 국체가 생긴다.
이제는 이를 없애고, 원 위에 각각의 입각지가 중심이 된 연합, 회호回互,
원융의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는 욕망으로 파멸된 잿더미 위의 일본
에 대해 대승불법의 정수에 의한 새 길을 놓은 것이다. 비단 일본뿐이겠는
가. 세계 모두는 여전히 근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점
점 상대화되고, 무질서해지는, 신의 옷자락마저 아득히 사라져 가는 포스
트모던 사회로 수렁은 깊어지고 있다. 그는 언젠가 “나는 지옥에 가고 싶
다. 극락은 무엇이든 생각하는 것이 이루어져 재미가 없다. 지옥에 가면 자
극이 강해서”라고 했다. 지옥을 다시 찾을 필요가 있을까? 스즈키가 다시
와야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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