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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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고 있지 않느냐
              그래야 새 길로 나아갈 수 있으니,
              가고 오지 않으면

              꽃도 피고 지지 않는다

              삶도 그렇다
                                           - 「발밑을 보라」 전문 -



           시인은 “말라비틀어진” 고독에 싸인 독도에서 여래를 만났다. 여래는 그

          고독 속에 있고, 고독한 돌 속에 있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 ‘세 가지 독
          [三毒]’과 완전히 절연한 고독 속에서 독도는 여래가 되었다. 그래서 독도의
          바위에 붙은 섬초롱(꽃)도 불佛이 되었다. 갈매기가 물어가도 흔들림 없는

          “유아독도”가 되었다. 그러나 뭔가 미진하다. 고독만으로 깨달을 수 있을까?

          시인도 이를 의식한 듯 “침묵과 고독함을, 그 허망을/ 보라/ 모두 헤어지고/
          등지고 있지 않느냐”고 외친다. 침묵과 고독 나아가 허망까지도 다 벗어던
          져야만 새 길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가기만 하고 오지 않으면 ‘깨달음의 꽃’은 피지 않는다. 꽃을 피우

          려면 돌아와야 된다. 침묵, 고독, 허망에서 벗어나되 다시 그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하나가 되어야 참다운 꽃이 핀다. 다시 ‘시장에 들어가 중생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내 뻗어야[入鄽垂手]’ 진정한 깨달음이다. 오지 않으면 삶도 피

          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 종일/ 그렇게 오실 것만 생각하고, 그렇게 가실 것

          을 알지 못해/ 여래如來와 여거如去/ 두 분의 부처를 업고/ 나는, 하염없이
                      5)
          산길을 헤매고” 있었다. 가고 옴에 막힘이 없자 “해님도 부처고, 달님도 부



          5) 시 「하염없이, 산길을 헤매다」의 마지막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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