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P. 80

더 세밀하게 말하면 감정으로부터 초래되는 번뇌를 다스리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다.
          이를 유식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심소心所의 작용에 의해 움직이는 동

          물이라는 뜻도 된다. 감정의 동물로서 인간은 상대의 감정에 의해 내가 상

          처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기 자신의 감정에 자신이 휘둘려 고통 받기도
          한다. 상대의 지위가 높거나 힘이 강할 경우 상대에게 굽신거려야 하는데
          이것은 감정을 속이는 일이고, 감정에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반대로 내가 상대보다 지위가 높거나 강할 경우 거드름을 피우며 상대

          로부터 우월한 대우를 받고자 하면서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사회성이 다른 동물들보다 인간을 강하게 만들었지만 또
          그것 때문에 인간은 고통 받고 있는 셈이다. 감정으로 인해 인간은 상호간

          에 유대감을 형성하고 위로받고 용기를 얻기도 하지만 그 감정 때문에 고

          통에 시달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정으로 인해 삶이 고달픈 것이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비애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살펴볼 번뇌심소는 성격이 서로 반대인 아첨과 교만인데 모두 감정

          과 관련된 심소들이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20가지 수번뇌심소는 10가

          지 소수, 2가지 중소, 8가지 대수로 나눠진다. 아첨과 교만은 10가지 소수
          중에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번뇌심소들이다.



            아첨과 겸손의 차이



           ‘첨(諂, māya)’ 심소는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거짓으로 남에게 친절하고
          순종하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아부를 떨어서 이기적 목적을 이루고자 하

          는 심리작용을 말한다. 여기서 아첨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78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