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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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이며 상호 수용인 연기緣起의 드러남이다. 동시에 무아無我로서 깨어
있음이 된다.
관계란 개개인이 무아無我이면서 동시에 관계 속에서 너와 나가 살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성은 차 모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이러한 관계 속에 있다. 단지 우리가 이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일체 동작 스스로 자각自覺
행차를 할 때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두 번째 방법은 일체 동작을 스스
로 자각하는 행차선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있는 모든 행위를
스스로 안다는 것은 자각한다는 뜻이며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차 모임이 상호 수용이며 상호 열림임을 알아차리게 되면 대립과 감정
의 질곡이 사라진 평온의 상태가 된다. 알아차림은 생각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생각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거기에는 자아가 들어 있다.
‘나’라는 생각은 곧 ‘너’를 만들어낸다. 너와 나는 서로 상호관계로 파악되
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개체로 인식되면서 대립과 투쟁의 대상으로 상호
단절이 일어난다. 이것은 생명살림이 아니라 생명죽임이 된다. 상호 수용
과 열림[緣起]은 생각에 가려져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봄은 생각이 아
니다. 생각이 아니므로 무아이다. 알아차림이 되면 모임의 상호열림이 일
어나 불편한 모든 것은 사라진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것이다. 차를 따
르고 찻잔을 조심스럽게 놓는 등 일체동작들을 스스로 자각하면서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알아차림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 그것은 바로 주의집중이
며 자기 비움이며 상대방에 끄달려 가지 않음이며 마음챙김이며 깨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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