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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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9호 | 시詩와 선禪 선과 시 2 |   때로 인생은 한 잔의 커피가 가져
                조주끽다趙州喫茶
                                             다주는 따스함의 문제라고 리처드 브
                                             라우티건(미국 소설가, 1935-1984)이 어

                                             딘가에 썼습니다. 커피에 대해 쓴 문
             차 한 잔                           장 가운데 이 글이 가장 마음에 든다

                                             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습니다.
                                             한 잔의 차에도 이처럼 심원한 세계
              서종택 시인
                                             가 있습니다. 심원한 세계일수록 일

                                             상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차를 한 잔 마시며 스스로
                                             를 반성하기도 하고, 차로써 친구를

                                             사귀거나 만나기도 하며, 손님을 접

                                             대하기도 합니다. 손님이 왔을 때 가
                                             장 큰 환대도 바로 환영의 의미로 차
                                             한 잔을 대접하는 것입니다. 손님이

                                             갑자기 찾아와도 차 한 잔 대접할 수

                                             있으면 당황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
                                             차나 한 잔 할까요” 하면서 장면을 전
                                             환할 수 있다면 그것은 차 생활의 기

                                             쁨 중 하나입니다. ‘차 한 잔도 주지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
               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       않는 것’은 손님을 내쫓는 것과 같습
               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
               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        니다. 잡념 없이 물을 끓여 차 한 잔
               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    우려내어 마실 수 있으면 더 바랄 것
               와반시사, 2012), 『글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이 없습니다. 파스칼은 일찍이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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