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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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말했습니다.
“인간이란 아무리 슬픔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만약 누군가가 그
의 마음을 딴 데로 돌리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 동안만큼은 행
복해지는 존재이다. 기분전환이 없으면 기쁨이 없고, 기분전환 거
리가 있으면 슬픔이 없다.” 1)
파스칼 식으로 말하자면 차를 마시는 행위로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 동안만큼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퇴직 얼마 후에 만나보면 폭삭 늙어
버린 친구도 있습니다. 기분 전환 거리가 없으니 기쁨이 없고 삶이 지루해
지는 겁니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기분 전환을 하는 일입니다. 차를 마시
는 행위는 우리들의 물러터진 일상에 탄력을 줍니다. 차를 마신다는 것의
의미는 원대합니다.
밥 먹고 나서
백거이
밥 먹고 한숨 자고 나서
일어나 두어 잔 차를 마시네
고개 들어 해 그림자 보니
벌써 서남쪽으로 기울었구나
즐거운 사람은 해가 빨리 감을 아쉬워하고
1) 파스칼, 『팡세』,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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