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P. 111
사진 5. 연꽃. 사진 6. 연밥.
이다. 이때는 상대를 주관적 시각으로 고정시키거나 자신을 내세우는 등
의 번뇌는 일체 용납이 되지 않고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뿐만 아
니라 차각茶角이 차를 정성스럽게 우려내어 손님에게 차 공양을 올리는 것
도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작업이다. 차공양 받는 손님 또한 그 순간에는
빈 마음이 된다. 이렇게 알아차림의 자기비움은 곧 대립을 벗어난 상호 수
용과 열림의 현현이다.
진흙에서 연꽃 피우는 행차선
행차行茶하는 순간순간이 알아차림으로 깨어있으니 시끄러운 번뇌도 사
라지게 되고 마음은 적정 그대로의 선禪이 된다. 이것이 바로 행차로 마음
을 깨우는 선, 즉 행차선行茶禪인 것이다. 행차선을 하는 차 모임을 갖는 것
은 때 묻은 마음을 닦아내고 정화하는 것이니, 진흙에 연꽃을 피우는 수
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모임을 자주 가지면 서로 간의 반목
과 경쟁심, 의심, 갈등, 미움, 질투, 불만족, 공허함 등을 없앨 수가 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는 과정을 이렇게 알아차림으로 행하면 내면에 잠재
되어 있던 착하지 않은 심리가 소멸되어 한 송이의 차꽃에서 또는 한 잔의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