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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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요소인 아름다움과 평온을 만들
어내는 수단으로 보았습니다.
차에 대한 가장 심원한 메시지는
당나라 말기 9세기에 살았던 한 가
난한 선승에게서 나왔습니다. 조주
사진 1. 차 한 잔.
(778-897)는 80세가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작고 가난한 절의 주지가 되어 그 후 120세까지 살았습니다. 그 시
절 조주가 남긴 간결한 메시지, ‘끽다거喫茶去’는 지금은 공안公案이 되었습
니다. 공안이란 부처님과 역대 조사 선지식들이 깨달음을 얻게 된 기연機
緣이나 오도悟道 인연, 또는 선문답을 가리킵니다.
3)
“스님께서 새로 온 두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들은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가?’
한 스님이 대답했다. ‘와 본 적이 없습니다.’
‘차나 마시게!’
또 한 사람에게 물었다.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와 본 적이 있습니다.’ ‘차나 마시게!’
원주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와 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차를 마시라고 하신 것은 그
만두고라도, 무엇 때문에 왔던 사람도 차를 마시라고 하십니까?’
스님께서 ‘원주야!’ 하고 부르니 원주가 ‘예!’ 하고 대답하자
3) 공안公案은 원래 상부의 공문, 법령, 규칙, 판례 등을 가리키는 행정·법률 용어이다. 그러나 본래 자
의字意는 재판관이 공적으로 안건을 심리할 때 쓰던 큰 책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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