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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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 자리/국면’을 일깨워 주는 마음방식의 행법, 그리하여 ‘빠져나온 마음
자리/국면에서 보는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선종 선문의 방식은,
언어적 방식과 비언어적 방식을 망라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방식들은 선종의 전개
과정에서 크게 두 유형의 특징적 양상이 목격된다. 편의상 전반부 양상과 후반부
양상으로 구분해 본다.
전반부 양상은 서술적이든 구어적이든 비교적 직설적이고 단순한 언어방식이
다. 서술형 방식은 <‘한 생각에 마음의 시선을 돌이켜’(一念廻光) ‘자신의 온전한 본
연을 본다’(見自本性)>라는 식이고, 구어형 방식은 <듣고 보고 걷는 이것이 무엇인
가?>라는 식이다. 그리고 ‘빠져나온 마음 자리/국면에서 보는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방식은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부처 광명을 드러낸다> <신통과
묘한 작용이여, 물 긷고 나무 나르는 것이로다>라는 식이다.
후반부 양상은 다르다. 같은 낙처落處로 이끄는 언어일지라도 가급적 이해의 길
을 가로막는 겹겹의 관문關門들이 의도적으로 세워진다. ‘갇히지 않고 빠져나오는
마음 자리/국면’‧‘휘말려 들지 않으면서 대상을 만나는 마음 자리/국면’에 대해,
분별지 범주에서 이해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동시에 제대로 알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겹겹의 언어 관문을 시설한다. 제대로 이해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체득한 것
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알았다>거나 <깨달아 체득했다>고 오인하는 경우들이 많
아지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이다. 영리한 자들이 약삭빠른 눈치와 어림짐작 이해
로 스스로 착각하거나 도인 행세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다.
근본무지에 의거하고 있는 인식과 이해의 문법 안에서도 얼마든지 정교한 논
리‧이론적 이해능력이 작용할 수 있다. 동일‧불변의 본질/실체 관념 위에서도
얼마든지 복잡하고 고도화된 이해와 논리‧이론 체계가 수립될 수 있고, 아울러
그 체계를 수립‧유지‧운영‧발전시키는 이해능력도 얼마든지 그 역량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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