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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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된 ‘학문 불교학’이 요구하는 방법론과 그 성과가 무가치하다는 것은 결
코 아니다. 가치중립적 태도가 산출한 문헌학과 언어학, 교학의 탐구성과는 매우
유용하다. 가치평가를 유보하려는 ‘학문 불교학’이 비록 서구적 맥락에서 형성된
것이지만, 불교를 위해서는 시의적절한 측면이 있다. 이 ‘학문 불교학’은 전통교
학을 ‘다양한 해석학들’로 간주하여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마련
해 주었다. 그 성과 역시 매우 유용하다. 다양한 교학들을 각자의 맥락에서 선입
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학문 불교학’
의 성과는 역설적이게도 ‘학문 불교학’ 자신의 속성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
반을 구축해 주었다. 가치판단에 소극적인 근대적 ‘학문 불교학’의 성과물들로
인해, 오히려 교학들에 대한 ‘가치평가적 탐구’를 가능케 하는 정밀하고 심층적
인 조건들이 확보되었다. 그런 점에서 ‘학문 불교학’의 언어학‧문헌학‧교학 탐
구방법론은 여전히 유용하다. 그러나 근대적 ‘학문 불교학’의 방법론과 내용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동시에 절박하다. 새로운 전망과 출구가 마련되어야 ‘학문
불교학’의 유용성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새로운 교학/해석학은 역동적으로 끊임없이 등장해야 한다. 기존의 교학들도
각자 이전 교학의 해석학적 성과를 취사선택하면서 거듭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간 것이다. 그 결과 붓다 법설을 이해하는 풍요로운 해석학적 자산이 마련되었
다. 어느 경우도 이전까지의 교학/해석학을 완료형으로 간주하지 않는 ‘열린 해
석학’을 추구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근대 이후 ‘학문 불교학’이 정착
되면서, 이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열린 해석학의 숨결이 잦아들어 버린 것 같다.
이제 불교학은 이전 교학들의 체계적 분석과 이해가 본업이 되어 버렸다. 기존
교학/해석학들의 사용가치를 평가하고 취사선택하며 새로운 관점을 추가해 보
려는 ‘해석학의 능동적 구성’에 학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학문 불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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