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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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다송」을  보면  단테Alighieri  Dante(1265-1321)의  『신곡新曲,  Divina
             Commedia』이 떠오른다. 『신곡』이 문학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용을 보
             면, 당시 중세 이탈리아 피렌체의 정치 상황, 정치적인 인물과 행위에 대한

             평가, 철학과 종교의 문제, 국가관과 인간관 등을 바탕으로 하여 이를 리듬

             이 있는 운문으로 써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켜 놓은 것이다. 「동다송」은 칠불
             사에 머물 때 쓴 것은 아니지만, 초의 선사가 『다신전茶神傳』을 편찬할 필요
             성을 느낄 만큼 차도의 틀을 바로 세우려고 한 만큼 칠불사에서는 이후 이

             맥을 이어 ‘다선일여茶禪一如’ 실천하였다.

               칠불사에는 초의 선사의 진영을 모시고 그 업적을 기리며 불가의 다법茶
             法을  알리고  모임을  하는  공간으로  선다원禪茶院이  있다.  당대의  선교
             양兩대사인 통광 대선사는 전란으로 사라진 칠불사를 중창하여 현재의 모

             습으로 되살려놓았을 뿐 아니라 초의 선사의 선맥과 차도를 이어 「동다송」

             과 『다신전』을 번역하여 강론도 하였다. 탄허呑虛(1913-1983) 대종사의 수제자
             인 통광 화상에게서 법을 받은 도응道應 화상은 이러한 맥을 그대로 이어갈
             뿐 아니라 특히 칠불사가 선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방 수좌들을 지극 정성으로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지금도 칠불사에는 자생차가 자라는 차밭을 가꾸고 있다(사진 9). 더 일품
             인 것은 칠불사의 석간수石間水가 명수라 찻물로는 더 없이 좋은 물이다(사
             진 10). 명차名茶에 명천名泉이라 했던가, 차가 좋아도 물이 좋지 않으면 차

             신茶神을 살려낼 수 없으니 칠불사에는 이 모두가 두루 갖추어져 있고, 선

             다불이禪茶不二의 다법茶法 역시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차가 좋고 물이 좋
             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담茶談에 진리를 깨우치지 못하면 말이
             다. 도응 스님이 주시는 차 한 잔을 마시고 일어서는데 결국 차와 물만 축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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