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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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어떤 사람은 열반을 죽어서 얻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열반은
          살아 있는 ‘지금·여기’에서 획득되는 것이며, 사후에 기대되는 낙원이 아니
          다. 초기불교에서는 죽어서 하늘에 태어나는 것, 즉 생천生天을 이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현세에서 깨달음을 획득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았

          다. 이것을 ‘현법열반’이라 한다. 현법열반은 죽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이 몸
          을 가진 상태에서 무지와 탐욕을 벗어나 해탈하기만 하면 곧바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여기’에서보다는 사후에 하늘나라[天界]에 태

          어나 영원히 행복을 누리겠다는 것은 원래 붓다의 가르침이 아니다.

           ‘지금·여기’에서 열반을 증득한 아라한들은 한결같이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
          고 안다[我生已盡, 梵行已立, 所作已作, 自知不受後有].”고 선언한다. 이것을 아라

          한의 오도송悟道頌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초기경전에 나타나

          는 ‘현법열반’과 외도들이 주장하는 ‘현법열반론’을 혼동하고 있다. 비록 ‘현
          법열반’이라는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브라
          흐마잘라-숫따(Brahmajāla-sutta, 梵網經)」(DN1)에 의하면, 붓다시대의 사

          문·바라문 중에서 현세에서 열반을 실현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었다.

          이들을 ‘현법열반론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다섯 가지 경우로 현세에서 구
          경의 열반을 실현한다고 천명한다. 또 이들은 자아가 있어서 그 자아가 초
          선初禪·이선二禪·삼선三禪·사선四禪을 구족하여 머문다고 주장했다.




              “비구들이여, 여기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은 이런 주장을 하고 이
              런 견해를 가진다. ‘존자여, 이 자아는 다섯 가지 감각적 욕망을 마
              음껏 충분히 즐깁니다. 존자여, 이런 까닭에 이 자아는 현세에서

              구경의 열반을 실현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자들은 현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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