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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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의 열반을 실현한다고 천명한다.”[DN.Ⅰ.36]
이처럼 외도들이 주장하는 현법열반은 다섯 가지 감각적 욕망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야말로 구경의 열반이요, 최상의 행복[至福]이라는 것이다. 요
즘말로 표현하면 인과를 전혀 믿지 않는 극단적 쾌락주의자들의 변명과 유
사하다. 즉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행복, 즉 현법열반이
라고 주장하는 삿된 견해를 말한다.
또 이들의 주장은 자아에 대한 견해, 초기불교에서 거듭 강조하는 유신
견(有身見, 자아가 있다는 견해)을 극복하지 못한 사견에 불과하다. 이처럼 무
상·고·무아의 이치를 터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선·이선·삼선·사선을 체
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삿된 견해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지혜로써
제법의 무상·고·무아를 통찰해서 자아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은 있다·없다, 영속한다·단멸한다는 견해의 그물에 걸리고 만
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이다.
이와 같이 외도들이 주장하는 현법열반론과 붓다가 말한 현법열반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따라서 초기경전에 나타난 현법열반과 외도들이
주장하던 현법열반론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붓다는 이 몸을 받았을 때
아라한과를 증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세에서 아라한과를
증득한 것을 다른 말로 ‘비구가 현법열반을 실현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붓
다는 초기경전에서 한결같이 ‘지금·여기’에서 열반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
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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