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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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학의 교수로 있으면서 그간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조선시대 불서
간행과 한국불교의 특성에 대한 글을 발표했다.
고마자와 대학 도서관에는 에다문고가 있는데, 여기에는 그가 한국에서
모은 불서 및 한적본 65부 70책의 기증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이 중 불전
과 논소는 19부, 언해류 불서가 5부이며, 선종 서책, 의례서, 승려 문집 등
을 포함한 한국 찬술서도 28부가 있다. 그 밖에도 경소, 선서, 어록 등 중
국 찬술 불서도 9부가 있으며, 시기별로는 17세기 간본이 가장 많다. 이들
책은 그가 연구에 활용한 것으로서, 고려후기에 간행된 『대보적경』, 19세
기 선禪 논쟁의 대미를 장식한 『선문재정록』,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서악집』, 중국의 『숭복선원 자각선사 어록』, 간경도감 중수본인 『오삼련약
신학비용』 등 문헌학적 가치가 있는 자료가 적지 않다.
에다는 조선시대를 비롯해 한국불교의 역사적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졌다. 그는 조선시대를 공인기, 점쇠기, 쇠퇴기의 세 시기로 구분했다. 그
러면서 조선시대 불교는 산림에 있으면서 여성과 서민층의 기도 대상이 된
은둔적·여성적 성격을 띤 의식 위주의 불교였고, 다른 한편 국가에 이용
되면서 민족적·국가적 특성도 가진다고 보았다. 이는 다카하시 도루의 3
시기 구분론에서 조선후기를 교세가 몰락하고 승려가 경멸을 받으며 불법
이 없어진 시기로 규정하고 여성과 서민 위주 신앙으로서 그나마 의미를
갖는다고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에다는 주석서인 논소가 많이
나온 사실에서 조선후기에 교학이 성행했음을 볼 수 있다고 했고, 한글 불
서의 간행을 통해 불교가 민간신앙에서 높은 위상을 가졌다고 하며 긍정
적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에다는 한국불교가 동아시아에서 문화적·역사적으로
독특한 특색을 가지며 한국사에서도 중요한 사상과 신앙 전통이었음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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