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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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정이 되신 지 3년이 되셨지요. 요 몇 해 동안 한국 불교계는 불행히도 줄
곧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종헌 개정으로 스님께서는 한국 불교 교
단의 상징적인 존재에서 실질적인 종단의 대표자가 되셨습니다. 그동안 종단
을 위해 많은 심려가 계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산중에만 계셔서 그 역할
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상징이니 대표니 하지만 그런 말이 나한테는 실제로 관계가 없습니다.
종정 역할이 어떤 건지도 몰라요. 다만 ‘안 한다’는 소리만 하지 말라고 해
서, 안 그러면 종단이 큰일 난다고 합디다. 그래서 ‘한다’ 소리도 안 했지만
‘안 한다’ 소리도 안 했어요.”
✽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받으시고도 안 나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그렇지요. 청와대에서 사람이 와서는 국정자문위원회를 만드는
데 신임 종정이 들어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 거 뭐하는 거요.’하고 물으
니 뭐라고 이야기를 합디다. 나는 그런 재주도 없고 생각도 없어서 못하겠
다고 했지요. 그거야 세속 사람들이 할 일이지요. 그네들 갈 길이 따로 있
듯이 난 또 내 갈 길이 따로 있는 거고.”
✽ 돌아가신 청담靑潭 스님하고 친하셨다고 하던데요. 청담 스님은 가끔 만나
기도 했습니다만.
“그건 사람마다 개성이 달라서지요.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요. 청담 스님하고 가까운 편이었습니다. 친하긴 했지만 성격은 정반대였지
요. 정혜사에 만공滿空 스님 계실 때니 내가 서른 살 때쯤 만났습니다. 그
이는 나보다 열 살 위였지요. 정혜사에 있는데 청담 스님이 오시더군요. 이
야기를 해보니 통해요.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았지만 좋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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