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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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주지가 이 청년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면서 야단치더군요. 주지가 받으
라면 받지 무슨 말이 많으냐면서. 그러니까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면서
나를 선방으로 데려가더군요.
(속인이 선방에 들어간 것은 전무후무한 예외라고 법정 스님이 설명했다.)
그래, 내가 처음이고 마지막일 거야. 당시 해인사에 김법린金法麟이라고
전에 문교부장관 하던 이가 있었는데, 이 사람이 나를 볼 때마다 책을 내
놔요. 그리고 자꾸 책을 바꿔 주면서 교학敎學을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다
는 겁니다. 참선하지 말고. 그래서 내가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지만 책 살
돈은 있소이다.’ 하고 거절했지요.”
✽ 그때 연세가 몇이셨지요?
“스물 다섯.”
✽ 그때 해인사에서 출가하신 겁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선방에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찾아오더군요. 노장들
에게 이것저것 물었지. 그런데 하나도 모릅디다. 그때 하동산河東山 스님이
오셨어요. 건방지다고 할까, 언제나 그렇듯이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이런
사람으로 이리저리 공부를 했는데 스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습
니다. 그랬더니 초면인데 참 이상하다는 표정이야, 혼자 웃고 그러는 겁니
다. 그러면서 당신은 백련암에 있다면서 놀러오라고도 해요. 그래서 찾아
갔지요. 반갑게 맞아주더니 나보고 중이 되라고 합니다. 난 중 안 되려고
원력을 세웠다고 했어요. 통 마음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내 이름을 지었다며 성철性徹이라는 겁니다. 지금 이름이지. 그리
고 모월 모일에 계戒도 준다더군요. 참 이상도 하지, 중은 안 되려고 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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