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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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만 뜨면 지상이 극락입니다. 이 현실 그대로가!”


             ✽ 가령 친족을 버리고 이 육신을 버릴 때 어떤 각오로 임해야 할까요. 더 쉬

             운 말씀으로 풀어 주십시오.

               “혹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 생명 자체를 사람에 비유하면 이 육
             신은 옷이지요. 옷이 떨어져서 벗었다 하여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지요.
             70, 80년이 되어서 옷이 다 떨어지면 딴 옷을 입게 됩니다. 옷을 아무리 바

             꿔 입는다 해도 사람은 본래 사람 그대로이니 옷을 따라갈 필요는 절대 없

             습니다. 옷을 볼 필요도 없고, 옷이 떨어져서 아무리 바꿔 입는다 해도 하
             나 아까울 것 없고, 평생 입은 옷이니 옷이 오래되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바
             꿔 입는 것은 정한 이치 아닙니까. 육신을 옷에 비하면 결국 영과 육을 구

             분해 보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혹 생각할지 모르나, 알고 보면 옷도 또한

             절대이니 분리할 것 없지만 비유하자면 그렇다 그 말입니다. 그러니 옷을
             갈아입는다 해도 자유한 생활, 해탈이라는 것은 변동이 없습니다. 사람은
             항상 그 사람이지.”




             ✽ 스님께서 다음 생에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요.
               “사실 ‘다음 생’이란 본래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옷을 가지고 그 한계
             성을 잡아서 옷이 다 떨어지고 새 옷을 갈아입을 그때를 이 다음 생이라

             하는데, 그러나 그 사람 자체에서 볼 때는 옷 떨어졌다고 이 다음 생이라

             고 할 수 있나요. 본시 과거도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고, 항상 그 사람은
             그 사람일뿐이지요. 내가 늘 생각하는 것은 가장 빈천한 생활을 하면서 최
             고의 노력을 해서 어떻게 하면 모든 상대, 무정물無情物까지도 부처님같이

             받들고 부처님같이 모실 수 있나 하는 이것이 세세생생世世生生의 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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