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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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지 모든 것을 다 비춥니다. 그런 거울에 먼지가 앉으면 아무것도 비치
             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의 눈’이라고 하니 무슨 마음을 새
             로 만들고 새 눈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고 본래 눈을 되찾자, 이것입니다.

             거울의 먼지를 닦으면 본래 거울 그대로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어

             떻게 하면 마음 거울에 낀 때를 닦아내고 본마음을 찾을 수 있나?
               제일 빠른 것은 참선을 해서 화두를 바로 깨치면, 그때는 거울에 있는
             일체 때가 다 벗겨져 버립니다. 본 거울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이 광명을

             다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무엇이냐 하면, 이 거울에 묻은 때

             는 욕심 때문에 묻어 있는 것이니까 욕심을 버리자 이것입니다. 욕심을 버
             리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남을 돕는다는 말입니다. 자꾸 남을 돕는 생활
             을 하면 차차로 업이 녹아서 없어집니다. 욕심이 다 없어져 버리면 마음거

             울에 때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면 온 천지광명을 비출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행복한 것은, 천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본
             시 천당에 살고 있고, 본시 극락에 살고 있고, 본시 해탈한 절대적 존재라
             는 것입니다. 내 자신이 나쁜 것인가, 흙덩이인가, 똥 덩어리인가 착각을 했

             는데, 알고 보니 이 전체가 다 진금眞金입니다. 본시 순금인 줄만 알아도 얼

             마나 좋습니까. 그것만 알아도 얼마나 행복하냐 말입니다. 천하부귀를 다
             누린다 해도 내가 본시 진금인 줄 아는 이 소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
             다. 그러니 근본 가치는 본시 이대로가 절대라는 것, 광명이라는 것, 이것

             을 알았으니 욕심을 버리고 남을 돕자 이것입니다.”



             ✽ 우리 모두가 새해에는 더욱더 귀가 밝고 눈이 밝아져 찬란한 광명 속에서
             본지풍광을 드러내며 날마다 좋은 날 이루기를 빌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스

             님, 감사합니다.                    │1982년 1월1일, 법정 스님과 대담·이은윤 기자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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