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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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인 당시 대원사에는 대처승들이 살았다고 한다.)
           젊었을 때 사상적으로 이리저리 헤매다가 불경을 보니까 불교가 가장 마
          음에 들더군요. 그래서 참선 좀 하려고 찾아갔던 절인데 그 모양입니다. 그

          러니 부처님 믿고 불교는 믿어도 중은 안 되겠다고 결심했지요. 당시에 대

          원사 탑전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 그곳에 들어가서 좀 있자니 누가 펄쩍 뜁
          디다. 본시 탑전이란 게 스님만 있는 곳이지 속인은 들어가지 못한다면서.
           그래서 한판 했지요. ‘너희들은 계집 다 있고, 소 잡아먹고, 술장사 떡장

          사 다 하고 그러고도 중이냐.’ 된다, 안 된다 한참 실랑이를 하는 도중에 주

          지가 바뀌고 젊은 중이 주지 대리인가를 맡았는데 그와는 말이 통했어요.
          그래서 그 탑전에 있으면서 한겨울을 보냈는데, 중들이 보기에 이상했던

          모양입니다. 보기도 싫고 그래서 해인사에 공문을 보냈다나 봐요. (대원사
          의 본사가 해인사였다고 법정 스님이 알려주셨다.) 이상한 청년이 와서 있는데 어

          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본 게지요.
           그때 해인사에는 백용성白龍城 스님, 송만공宋滿空 스님이 계셨어요. 유
          명한 도인들이었지요. 그분들이 나를 데려오라고 했다더군요. 그래, 최범

          술崔凡述이라는 스님이 대원사로 와서는 해인사가 절도 크고 좋은 곳이니

          가자고 합디다. 나는 이곳도 조용한데 해인사는 왜 가느냐고 반대했지요.
          꼭 오라고 하면서 그이는 떠나고, 얼마쯤 있다 생각해 보니 큰절도 괜찮겠
          다 싶어서 여기 해인사로 왔는데 그 범술 스님은 없고 이고경李古鏡이란 스

          님이 주지를 하고 있더군요. 찾아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나는

          중은 싫어하는데 부처님을 좋아해 공부를 좀 하려고 그런다고. 이리저리
          말을 해보니까 통하더군요. 유명한 스님이었습니다. 화엄학도 연구하고.
           그 이튿날 다시 내가 공부하러 왔다고 했더니 원주 스님을 부릅디다. 그

          런데 그 원주가 안 된다는 거야. 속인을 선방에서 받은 일이 없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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