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P. 47

데 그 노장을 가만히 보니까 싫지가 않아요. 그래서 억지로 이상하게 되어
             버렸어요. 강제로 계를 받은 거지요. 동산 스님의 상좌가 된 턱이지.”



             ✽ 중 되신 것 후회 안 하십니까? (법정 스님이 웃으며 물었다.)

               “전혀 후회 안 했지요. 혼자 살았으니까.”


             ✽ 스님께서 출가하실 때 댁에서는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반대했지요. 내가 장자長子인데 반대 안 할 턱이 있소? 그렇지만 여러

             가지 수단이 있거든. ‘중이 안 되면 내가 죽을 사주랍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지요. (웃음) 나를 그냥 두면 곧 죽는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부모들이
             그런데 제일 약하거든. 죽지만 말라고 그러지요.”




             ✽ 부인께서는?
               “찾아오는 이는 어머니였는데, 내가 원체 무섭게 하니까 딴 사람은 안
             왔어요. 금강산에 있을 때 어머니가 찾아오셨더군요. 막 무어라고 하니까

             ‘난 너 보러 안 왔다. 구경하러 왔지.’ 그러시더군요.”



               (종정 스님은 세상 인연 다 그런 것이라는 듯 미소만 흘리고 있었다. 출가 전에 결혼한

             부인 이야기에는 직접적인 응답이 없이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들을 여러 번 찾으
             셨던 모양이다. 성철 스님은 그 낌새를 알면 산으로 못 올라오도록 어머니가 다치지 않

             을 만한 거리에서 돌을 던지며 피했다고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가지고 온 옷이나 음식
             을 바위 위에 올려놓고 돌아갔다가 며칠 후 다시 찾아와 그 물건들이 그냥 있는지 확인

             했다고 한다. 없어졌으면 ‘아들이 가져갔겠지’ 하고 좋아했을 모정. 그래서 실례인 줄 알
             면서도 다시 물었다.)



                                                                          45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