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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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1천 6백년 역사를 지닌 종단에서 승려의 전문 교육 기관인 승가대학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시대를 이
끄는 교역자가 되려면 최소한 승가대학을 만들어 거기를 거쳐 나온 사람
에게만 승려의 자격을 부여해야 해요.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고등학교 이
상의 교육을 받고 처음 절에 들어오면 승가대학에 들어가 4년 간 불교의
기본 교육을 배우고 익히게 한 후 비로소 비구계를 주어 승려가 되도록 해
야할 거라고 봅니다.
승려의 교육 수준이 대학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앞으로 불교 교단은 자
멸하게 될 것이고, 이 시대의 골동품이 될 거예요. 기성 승려들도 재교육
의 기회를 주어 대학 수준에 이르도록 해야지요.”
✽ 아직도 한국 불교의 대다수는 기복적인 신앙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
는 실정입니다. 참된 불공이 무엇인지, 공양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이런 기
회에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새 어떻게 보면 한국 불교가 무속巫俗인지 종교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기복, 즉 복을 비는 일은 순전히 이기심에서 나온 것입니
다. 자기만을 위해 절에 다니고 불공을 한다면, 그것은 불공과는 역행하
는 거지요.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남을 돕는 일이 불공이라고 했습니다. 남을 돕
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물질적인 도움이 있고, 정신적인 도움이 있
고, 육체적인 도움도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위로해 주는
것도 불공이고,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것도 불공이며, 배고픈 사람
에게 음식을 주는 일도 불공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에 떠내려가는 벌레를
구해 주는 것도 불공이 됩니다. 불공이란 인간끼리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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