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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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립문자란 최상급에서 하는 소리입니다. 문자도 필요 없다, 부처님 법
             문도 필요 없다, 조사의 법문도 필요 없다는 소리로 알아서는 큰일입니다.
             약이 필요 없다는 것은 병이 없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소리이지 병자에게

             는 약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본래의 건강을 회복하기까지는 약

             을 곁에 두고 먹어야 합니다.
               부처님이나 조사의 말씀을 의지하지 않는다면, 그럼 무엇을 의지하겠다
             는 것인가. 제멋대로 생각하고 산다면 그건 외도요 악인이 되기 쉽습니다.

             부처님이나 조사의 말씀이 필요 없을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반드시 그 가

             르침에 의지해야 바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 어떤 종교에서는 오로지 자기네가 믿는 종교를 통해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불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 참 곤란한 문제입니다. ‘너는 내 말만 들어야지 남의 말을 들으면
             살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두고 인격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배척하면서 자기만을 내세운다

             고 해서 자기가 내세워지겠습니까?

               종교도 마찬가지지요. 오히려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살길을
             열어 주는 것이 진정한 종교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종교를 믿어야만 구원
             을 받지 다른 종교를 믿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우긴다면 문제가 큽니

             다. 불교는 일체법一切法이 개시불법皆是佛法, 즉 모든 것이 불교 아닌 것이

             없다고 선언합니다. 다시 말하면 한 법도 버릴 게 없는 것이 곧 불교라고
             합니다. 이렇게 활짝 문을 열어 놓은 채 자기 자신을 바로 보아라, 자기를
             바로 알고 이웃을 도우라고 가르칩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 믿고 안 믿고

             는 큰 문제가 안됩니다. 자기 마음을 바로 보고 바로 쓰면서 바른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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