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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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역대응은 개인의 활동에 대해 신이나 부처의 활동이 역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일본 최대 종파인 정토진종淨土眞宗의 조사
신란親鸞이 말법시대 죄악심중罪惡深重 번뇌치성한 중생의 악인정기惡人正
機(‘악인이라는 자각을 먼저 한 사람이야말로 아미타불의 서원에 의한 구제의 대상이다’
는 뜻)가 구현되는 것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평상저平常底는 견성
의 경지에서 보듯 절대적 자각에 가까이 한 것으로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
장 근원적이라는 것을 말한다.
선불교가 기반이 된 니시다의 철학은 근대 일본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서양에 대한 동양의 대응이라고 하는 의의도 있다. 불교학자 스에
키 후미히코는 “니시다의 초기 순수경험이론이 개체와 개체를 초월한 존
재의 애매화에 의해 자기의식의 비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에 비해 후
기 니시다에서는 개체와 개체를 초월한 존재(즉, 場)로 양자兩者 존재의 모
순 관계를 논리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근대 일본과 불교』, 이태승·권서용 옮
김)고 했다. 칸트의 실천이성과 헤겔의 절대성을 극복하기 위해 개체를 초
월한 모순된 성격을 무無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이러한 투철한
논리성을 전개한 니시다가 최종적으로 그 성립의 근저에 종교적이라는 것
이 곧 국가적이라고 제시한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이는 절대자유를 제
시한 헤겔이 그것의 기반은 국가라는 점을 내세운 것과 상통한다. 이는 근
대적 사유체계의 한계라고 보아야 한다.
니시다는 『세계 신질서의 원리』에서 “우리 국체國體는 단적으로 소위 전
체주의는 아니다. 황실은 과거 미래를 포함하는 절대 현재로서 황실이 우
리들 세계의 시작이며 끝이다. 황실을 중심으로 하여 하나의 세계적 질서
를 형성해온 것은 만세일계의 우리 국체의 정화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황
실은 단적으로 하나의 민족적 국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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