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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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무아의 지혜에 근본을 둘 때, 참된 자비가 내심에서 살아 뛰놀게 된
          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자비가 유학의 인과 비슷하면서도 결정
          적으로 다른 이유이고, 인순이 불교도이자 ‘인간 불교’를 강조하는 이유이

          기도 하다. 그는 “불교에서 말하는 일반 도덕은 그 외의 것과 상통한다. 오

          직 반야般若에서 유출된 무루無漏의 덕행이야말로 불교와 다른 종교의 공
          통되지 않은 도덕이다. 도덕과 진리의 지혜가 혼용混融하여 불교화 된 도덕
          의 특색을 형성한다.”고 단언하였다.




            인간학으로의 종교관


           기본적으로 인순은 “나는 불교도이다. 나의 종교관은 불교의 견지로 종

          교를 보고 종교의 가치를 보며 종교의 깊이를 보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

          다. 그는 종교의 본질이 ‘인류 의욕의 표현’이라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각
          종교는 그 신앙과 형식이 다르며 신과 인간의 관계로 파악하지만, 인순은
          이러한 관점에 반대하였다. 종교는 서양에서 보듯 신과 인간의 관계를 표

          현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인순의 주장은 바로

          그의 ‘인간 불교’적 시각에 바탕 한 것이다. 이것은 서양신학에서 “신학은
          인간학이다.”는 입장을 천명한 불트만의 시각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는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표현, 구체적으로 인

          간의 자기 의욕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통 불교의 시각에서 보면 거

          의 혁명적인 관점의 전환이다. “신은 인류 자신의 객관화이다.”는 그의 말
          은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한 것이라는 뜻을 함
          축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인류 자신의 의욕이 환경 중에 표현된 것이다. 불평등하지만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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