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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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과 괴가 부끄러워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참과 괴의
          내용을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대승오온론』에 따르면 참慚이란 “계정혜의
          공덕이 있는 이를 공경하는 것이며, 또 스스로 반성한 결과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羞恥為性].”이라고 했다. 여기서 참이란 삼

          학에 대한 덕이 높고 존경할 만한 어른들을 공경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공경하고 따라야할 스승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 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알면 “여러 가

          지 죄를 짓지 않고[不作眾罪] 악행을 방지하게 된다[防息惡行].”고 했다. 따라

          서 공경할만한 어른의 가르침을 어긴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면 삶은 평
          탄해지고 마음은 고요해 진다.
           이와 같은 부끄러움을 아는 참의 반대 개념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

          참無慚 심소이다. 바른 법과 공경할만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가볍게 여겨 잘

          따르지 않고, 잘못을 범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마음 작용이 무참이
          다. 『성유식론』에는 무참심소에 대해 “자신과 법을 돌아보지 않고 현인을
          가볍게 여기고 선법善法을 거부하는 것이 본성이다[不顧自法 輕拒賢善為性].

          참심소를 가로막아 악행을 증장하는 것을 작용으로 한다[能障礙慚 生長惡行

          為業].”고 설명했다. 따라야할 정법을 마음에 담지 않고, 공경해야할 어른
          들의 가르침을 귀담아 듣지 않고, 그릇된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
          는 것[不恥過惡]이 무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부끄러움을 모르고 행동하면

          참심소의 긍정적 역할을 가로막아 악행을 계속 키우게 됨은 물론이다.

           『구사론』에서도 ‘온갖 공덕과 공덕 있는 이에 대해 공경하지 않고’, ‘제자
          로서 예의가 없는 것을 무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부끄러워함이 없다
          는 것은 바른 법과 공경해야할 덕 있는 스승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을 하

          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반성할 줄 모르는 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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