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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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부끄러운 일을 했다면 그것을 숨기지 않고 사람들
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부끄러운 일을 반복하지 말
라는 의미다. 『선가귀감』에서도 “부끄러워한다[慚愧]는 것은 안으로 자신을 꾸
짖고[慚責於內], 밖으로는 자기의 허물을 드러내는 것이다[愧發於外].”고 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데서 사람은 말과 행동을 절제할 줄 알게 되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기에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
람은 타인의 시선과 윤리 도덕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행동하
게 된다. 이렇게 보면 부끄러움이란 일종의 도덕적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적 감수성이 없으면 양심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절제할 줄 모르고, 타
인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못된 일을 되풀이 하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잘못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부정성
을 극복하고 삶을 바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노력이다. 그래서 서산 대사는
“허물이 있으면 참회하고, 잘못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 대장부
의 기상”이라고 했다. 남의 시선이나 윤리 도덕을 생각하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하면 점점 악행이 자라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스스로 부끄러움
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면 악행은 줄어들고 선행은 점차 늘어난다.
무참, 잘못해도 부끄러움 없는 것
부끄러움을 아는 참과 괴,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참과 무괴는 유
식학에서도 등장하는 개념이다. 참과 괴는 자신의 그릇됨에 대해 부끄러
워하는 긍정적 마음작용이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참과 무괴는 부정적
심소이자 번뇌로 규정하고 있다. 51가 심소 중에 부끄러움을 모는 무참無
慚과 무괴無愧는 20가지 소수번뇌 중에 중수번뇌中隨煩惱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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