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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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괴, 꾸지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괴愧 역시 부끄러워함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대승오온론』에 따르면 괴

             란 계정혜 삼학에 대한 수행과 이해가 깊고, 공경할 만한 이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자신이 범한 불선不善에 대해 “꾸지람과 벌 및 그에 대한 의논
             등을 두려워함[責罰及議論等].”이라고 했다. 즉 자신이 범한 허물에 대해 공
             경할만한 어른들의 질책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스

             스로 지은 죄와 허물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

             는 것[羞恥於他]이 바로 괴심소라고 했다.
               반면 공경할만한 스승의 꾸짖음이나 죄과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마음작용과 자신이 범한 허물을 두렵게 여기지 않는 마음작용이 무괴이

             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무괴에 대해 “세간을 돌아보지 않고 포악함을

             받들어 중히 여기는 것이 본성이다[不顧世間 崇重暴惡為性]. 능히 부끄러워
             함[愧]을 방해하여 악행을 일으키고 키우는 것을 작용으로 삼는다[能障礙
             愧 生長惡行為業].”고 했다.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자

             신의 허물과 포악함이 대단한 것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자신의 죄과

             에 대해 부끄럽게 여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방해
             하여 여러 가지 악행을 일으키는 심소가 무괴이다.
               『구사론』에 “모든 선사善士가 꾸짖고 싫어하는 법[訶厭法]을 일컬어 죄라

             고 하는데, 이러한 죄에 대해 두렵게 보지 않는 것[不見怖畏]을 무괴라고 한

             다.”고 나온다. 이처럼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자신을 절제하고, 나쁜 행동
             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양심을 버
             리고 방종하고, 악업을 키우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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