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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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1. 대웅전의 후불벽화.
동생인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난阿難(Ananda)존자의 상을 모시고 있다. 소박
하고 고졸하다(사진 6). 이 대웅전에는 다른 법당에서는 보기 어려운 마루
와 난간이 바깥에 설치되어 있다(사진 7). 이런 마루는 영산암의 응진전應
眞殿에서도 볼 수 있다. 마루와 난간이 설치된 것은 사대부 집에서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불교가 유교적 생활 양식과 타협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
닌가 생각된다. 영산암의 당우들에도 조선시대 민간의 목조 기와집에서 볼
수 있는 마루들이 모두 설치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거주하는 집들이 좁고
복잡하여 선비들이 절에서 독서도 하고 공부도 하였으므로 일상의 집처럼
편리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이런 마루와 난간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보
인다. 지금은 모두 새로 들어선 건물들이 있지만, 안동 용두산龍頭山에 있
는 용수사龍壽寺도 농암 이현보 선생이나 퇴계 선생의 형제들과 그 집안 자
제들, 그리고 인근 선비들이 와서 공부하며 지내던 곳이다.
조선 중기에 세운 화엄강당은 그 구조가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장대석長
臺石 댓돌 위에 두꺼운 널판을 쪽마루처럼 깔았고, 두 부분으로 나누어 사
분합四分閤의 띠살문을 설치했다. 공간의 구분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공
간은 능인대사가 봉정사를 창건할 때 지은 당우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 온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승려들은 경을 논하고 고승 대덕들이 설법을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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