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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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5. 최고의 품격을 지닌 영산암 중정.
           봉정사에는 부속 암자로 영산암과 지조암이 있다. 영산암은 대웅전과

          극락전이 있는 본당에서 계곡을 지나 올라가는 자리에 있다. 지금은 그 계

          곡을 메워 본당에서 바로 걸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으나 그 대신 풍광
          과 사찰의 격조를 망쳐 버렸다. 그나마 영산암으로 오르는 계단과 좌우로
          높이 서 있는 수목들이 진리의 공간으로 인도하는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

          어 준다(사진 14).

           19세기 말 건물로 보이는 영산암에는 석가모니불과 나한羅漢들을 모신
          응진전應眞殿과 함께 부속 건물들이 있는데, 이 영산암으로 들어가는 문
          루는 옛 극락전 앞에 있었던 우화루를 이건한 것이다. 우화루의 문을 지나

          작은 돌계단으로 올라가면 격조에서는 이와 비교할 바가 없는 천하제일의

          중정中庭이 나온다. 마당을 가운데 놓고 맞은편에 응진전이 있고 왼쪽으로
          송암당松岩堂이 우화루와 연결되어 있고, 송암당 앞 바위 사이로 솟아난 늘
          푸른 소나무는 홀로 지조를 지키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관심당觀心堂이 우

          화루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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