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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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제시한 진리도 이렇게 간단하고 담
백하며 명징한 것이리라. 극락전의 내부에는
중앙에서 뒤쪽으로 두 개의 기둥을 세우고 벽
을 만든 다음 그 안에 불단을 만들고 불상을
안치하였다. 바닥에는 흙으로 구운 검은 와전
들이 깔려 있다(사진 9).
높은 돌 기단 위에 세워진 극락전에서 계단
을 밟고 내려오면 앞마당의 가운데에 높이
3.18m인 삼층석탑이 서 있다. 고려 중기의 석
탑 양식을 지닌 것으로 극락전을 조성할 때 같
사진 13. 봉정사 경판 보관 상태.
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사진 10). 우리나라
탑의 양식 변화를 보면, 삼국시대 목조탑으로 시작되어 7세기경부터 석탑
으로 바뀌는데, 삼층석탑은 원래 통일신라시대 감은사지感恩寺址의 삼층석
탑에서 시작되어 불국사佛國寺의 삼층석탑, 즉 석가탑釋迦塔에서 양식상 미
적인 완성 단계에 이른다. 그 이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
리나라 사찰의 탑은 이를 기본 양식으로 하여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3층, 5층, 9층 석탑으로 세워졌다.
극락전의 중정을 사이에 두고 화엄강당과 마주보고 서 있는 맞배지붕의
고금당古金堂은 스님들이 참선 수행한 공간으로 사용되었는데, 현액의 글
씨가 고졸하고 소박하다. 화엄강당과 고금당은 조선시대 중기의 건축양식
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같은 시기에 같은 목수가 지은 것이 아닌가 할 만
큼 양식에서나 격조에서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극락전에서 앞으로 내다보면 전망이 확 트여 있어 저 멀리 있는 산들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숨었다 한다. 인간의 마음이 늘 변하고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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