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P. 152
을 강조한 것이다. 불교의 정견이 유학의 양지보다 차원이 높은 것임을 언
급하고 있다. 또한 불교의 정견을 ‘연기성공緣起性空’의 개념으로 귀결시키
고 있으며, 공과 유가 상즉相卽하는 ‘원만한 중도’가 정견임을 주장하였다.
불교와 유학이 회통하는 가운데에서도 유학이 입문 역할을 한다면 중도를
말하는 불교가 그보다 높은 차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인순이
말하는 인간 불교는 유학을 그 속에 포함하는 더 넓은 외연을 가진 불교
인 것이다.
‘평등’과 민권 중심적 불교
인순이 보는 불교와 유학의 관계는 이러하다.
“유학의 예법은 차등差等을 중시하고, 정감情感의 중화中和를 중시
한다. 불교의 계율행은 평등平等을 중시하고, 사리에 합당함을 중
시한다. 유학은 인仁을 중시하고 정감으로 이치를 통섭하지만, 불
법은 지혜를 중시하고 지혜로써 정감을 변화시킨다. 세간의 학문
과 출세법은 실질적인 차이가 없을 수 없지만, 수행을 근본으로 한
다. 수신의 핵심은 내심에 사적인 것과 자아가 없는 것이며, 외부
행위에 개인적인 덕과 공공의 덕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이에 의거
할 때 비로소 인류의 화락和樂에 도달할 수 있다. 유학·불교는 확
실히 공통된 견해이다.”
인순이 유학이 차등을 중시하는 데 반하여 불교가 ‘평등’을 중시하며, 유
학이 정감을 중시하는 데 비해 불교가 이치를 중시한다고 한 말은 유학과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