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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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보여준다. 불멸佛滅에 대한 연구도 불타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한 것이
다. 아쇼카왕의 즉위년을 검토하여 기원전 383년으로 본 연구 성과는 현
재까지도 주류가 되어 있다.
그는 불타의 자애야말로 동양사상의 핵심임을 확신했다. 『따뜻한 마음』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동양의 사상, 정신적 전통의 탐구를 해왔습니다.
이를 관통하는 ‘동양의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
엇인가. 그 밑바탕에 흐르는 것을 규명하고자 평생 연구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라는 것은
단지 동양만이 아니라 골고루, 넓게, 세계 사람들에게 퍼져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무언가야말로 ‘따
뜻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가 학문을 통해 도착한 곳은 세계보편성을 지닌 석존의 자비의 마음
이었던 것이다.
그가 1973년에 동방학원을 세운 것도 이러한 뜻의 일부였다. 대학 은퇴
후에는 사립대학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사
재를 털어 불교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물론 자리가 없는 연구자들이 마
음껏 연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철학에 나아가기 위
해서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수단을 생각해 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에서는 철학박사가 마구 불어나서 갈 곳이 없지만, 돈이 없을 때에는 택시
운전수 등을 해서 돈이 모이면 일을 그만두고 시를 짓거나 칸트 등을 읽거
나 합니다.”라며,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미국인들의 삶을 예로 든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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