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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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 가능하다고 보인다.
           비로자나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을  의미하는  바이로차나

          (vairocana)를 음역한 말로 비로사나毘盧舍那, 노자나盧遮那, 비로절나鞞嚧折
          那, 폐로자나吠盧遮那, 자나遮那 등으로도 불린다. 이는 발음에 따른 음역이

          기 때문에 한자의 의미는 별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의미에 따라 번역한 말
          로는 대일여래大日如來라는 말이 있다. 천태종天台宗에서는 비로자나, 노사

          나, 석가모니를 각각 보편적 진리로서의 부처의 모습을 말하는 법신法身
          (dhārma-kāya), 법신은 반드시 보신으로만 나타난다고 하는 과보와 수행

          의 결과로 주어지는 부처의 모습인 보신報身(vipakakāya), 중생 구제를 위
          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맞추어 그때그때 여러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나는 부
          처의 모습인 응신應身(化身, nirmā)에 해당하는 부처로 보는데, 이 셋은 결

          국 동일한 부처라고 본다. 삼신三身이라는 개념은 대승불교시대에 불교의

          교리가 철학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을
          대적광전大寂光殿 또는 대광명전大光明殿이라고 하는데, 가운데 비로자나
          불을 봉안하고 좌우로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을 봉안한다. 『범망경梵網經』

          에 따르면, 노사나불은 연화대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으며, 왼손은 무

          릎 위에 오른손은 가볍게 들고 있는 모습이라고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법
          신인 비로자나불만이 취하는 수인手印인 지권인으로 조각하였다.
           화마로 보림사의 원래 당우들이 대부분 사라져버린 터에 부족한 자료들

          을 모아 이를 근거로 당우들을 복원하고 오늘날 멋진 난야의 공간을 만들

          어 낸 원력에 감동을 받았다. 해가 넘어가는 길에 절을 나서며 보림사가 그
          역사적 정체성에 맞게 문경 봉암사와 같이 문을 걸어 잠그고 수행자들이
          정진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고 기원하였다.

           여전히 궁금한 것은 신라 하대에 이 땅에 남종선이 들어왔을 때 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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