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P. 123

은 “단지 오온에서 파생된(upādāya) 것으로, 세상에서 통용되는 인습적 표
             현(vohāra)이나 개념(paññati)일 뿐, 그 자체로 본질적인 실체는 아니다.”
               이와 같이 짐꾼(bhārahāra)은 인습적으로 표현하는 어떤 ‘사람(puggala)’

             을 지칭한다. 결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짐을 나르는 어떤 본체를 의

             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부에서는 이 보특가라를 윤
             회의 주체라고 인식했던 것이다. 학자들 중에서도 짐꾼(보특가라)을 사람이
             죽을 때 짐을 내려놓고 다시 태어날 때 짐을 짊어지고 가는 어떤 실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오온 내에서뿐만

             아니라 오온 밖이나 오온에서 멀리 벗어난 곳 어디에도 자아나 아뜨만이
             없다는 것은 아주 명백하기 때문이다.(SN Ⅲ, 132-133)



                2. 식설識說



               초기경전에 나타난 식(識, viññāṇa, Sk. vijñāna)은 오온의 식, 육식의 식,
             십이지연기의 식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식識이라고 하면 여

             섯 감각기관[六根]이 그 대상인 여섯 감각대상[六境]과 접촉할 때 생기는 여

             섯 가지 앎[六識]을 말한다. 이 육식六識은 일종의 정신현상으로 고정된 실
             체가 아니다. 그런데 십이연기에서 ‘행行을 조건으로 식識이 있다’고 할 때
             의 식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이른바 인식판단의 의식작용으로서의 식과

             인식판단의 주체로서의 식이다. 후자의 경우는 식을 식체識體로 해석하기

             때문에 윤회의 주체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몇몇 초기경전에서는 식을 윤회의 주체로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식識과
             명색名色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식이 모태母胎에 들어가지 않으면 명색이 생

             기지 않는다고 설한다. 「마하딴하카야-숫따(Mahātaṇhākhaya-sutta, 愛盡



                                                                         121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