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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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되고 만다.
3. 상속설相續說
불교에서 윤회의 주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윤회와 그 과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상속설相續說(santāna, Sk. saṃtāna)이다. 상속설에 의
하면, “어떠한 영혼도, 어떠한 정신적 육체적 요소도 한 생에서 다른 생으
로 이동하지 않는다.” 상속은 실체적인 존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
이 변화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존재가 죽어도 중단되지 않
고 계속되는 것이 상속이다. 불교에서 아뜨만과 같은 존재를 인정하지 않
으면서도 윤회와 그 과보를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이 상속이론 때문이다. 발
레 뿌쌩은 이 상속개념(saṃtati)으로 말미암아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교리
(즉 무아설)는 윤회신앙과 양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불교철학에서 ‘마음의 흐름(mindstream)’ 즉 심상속心相續(citta-santāna)
은 감각적 인상과 정신현상의 순간적인 연속으로, 이 생生에서 다른 생으
로 이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심상속은 글자 그대로 마음의 흐름이나 자
각의 연속된 순간의 흐름이다. 이것은 ‘자아自我’가 없는 상황에서 인격의
연속성을 제공한다. 마음의 흐름은 한 촛불에서 다른 촛불로 전해질 수 있
는 촛불의 불꽃과 유사하게 하나의 삶에서 다른 삶으로 연속성을 제공한
다. 붓다에 의하면, 우리의 생활은 결코 한 시기의 존재인 것이 아니고,
업業의 힘에 의해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상속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 업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경우 및 다양한 상태의 유정有情으로서 삶을 받기에
이른다. 이것을 ‘업에 의한 윤회’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우유의 비유로 윤회의 주체 없이도 윤회와 그 과보가 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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