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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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經)」(MN38)에서는 “비구들이여, 세 가지가 만나서 수태가 이루어진다. 여
          기 어머니와 아버지가 교합하더라도 어머니의 경수經水가 없고, 간답바

          (gandhabba)가 없으면 수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간답바(gandhabba,
          Sk. gandharva, 乾達婆)는 윤회의 주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붓다는 십이연기를 태생학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십이연기를
          삼세양중인과로 해석한 것은 부파불교 시대였다. 따라서 십이연기를 태생
          학적으로 설명한 경들은 후대 경전 편찬 과정에서 삽입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부파불교에서는 의도적으로 무아설無我說(anattāvāda)

          을 유아설有我說(attavāda)로 해석하고자 시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설일
          체유부의 명근命根(jīvitindriya), 대중부의 근본식根本識, 독자부와 정량부의
          보특가라補特伽羅(pudgala), 상좌부의 유분식有分識(bhavaṅga), 경량부의 종

          자種子(bīja), 화지부의 궁생사온窮生死蘊 등이 그것이다.

           십이연기를 삼세양중인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식識을 윤회의 주체로 해
          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귀결이다. 그러나 붓다는
          색·수·상·행과 분리된 별도의 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빠야-숫따

          (Upaya-sutta, 속박경)」(SN22:53)에서 붓다는 색·수·상·행과 분리된 별도의 식

          의 오고 감, 사라짐과 발생, 증장, 성장, 풍부는 가능하지 않다고 가르쳤다.
           「마하딴하카야-숫따(Mahātaṇhākhaya-sutta,  愛盡大經)」(MN38)에  의하
          면, 사띠(Sāti)라는 비구가 “오온 가운데 의식[識]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

          로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달리고 윤회한다.”는 상견常見(sassata-diṭṭhi)

          을 일으켰다. 그러자 붓다는 그를 크게 꾸짖고, 식은 조건에 따라 일어나
          기도 하고, 조건에 따라 사라지기도 한다, 식은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다라
          고 일러주었다. 요컨대 붓다는 윤회의 주체를 상정하지 않았다. 만약 식을

          윤회의 주체로 인정한다면, 윤회의 주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붓다의 교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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