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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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를 보면 불교사 전체를 망라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쩐 일인지 현존본은
             본문 앞부분의 「석가본행기」만 수록되어 있다. 다만 서론에 해당하는 「통
             론」에서 인도와 중국, 한국과 일본 불교사를 간략히 소개하고 있어 책의

             대략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즉 석가의 행적부터 아소카왕 때의 불교 확산,

             대승불교의 성립과 중관 및 유식 학파, 불교의 중국 전래와 불전의 한역,
             당과 송대 이후 불교사, 고려본을 비롯한 불서의 동아시아 유통, 선학 및
             이학의 병행 등을 다루었다.

               이어 한국의 불교 수용과 선종의 9산선문 성립, 구법승의 활동 등을 개

             관하였고, 일본불교는 고대의 남도 6종과 가마쿠라 이후의 종파불교 문제
             등을 서술했다. 나아가 중국과 한국불교 외에 남부의 소승불교, 티베트와
             몽고 등 북부의 라마 불교와 밀교, 대·소승과 현·밀교를 갖춘 일본의 동

             부불교로 나누었다. 이는 일본학계의 불교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활용

             한 결과 일본 우위의 시각까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한편 『인명입정리론회석』은 송광사 지방학림의 등사본(1920) 등이 전하
             는데, 등사본의 앞에는 <고인명·신인명·형식논리를 비교한 표>를 비롯해

             도표로 인명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고 인명과 서양 논리학을 비교해 놓았

             다. 본문은 주로 상갈라주商羯羅主의 『인명입정리론』, 그리고 중국 명대 명
             욱明昱의 『인명입정리론직소』에 근거하여 주석했다. 박한영의 해설은 보충
             해석, 추가 주석의 형식으로 붙여 놓았다. 이 밖에도 명대 지욱智旭의 『인

             명입정리론직해』와 진계眞界의 『인명입정리론해』를 인용하고 있다. 그렇기

             에 여러 주석을 모아 해석한다는 뜻의 회석을 책의 제목으로 한 것이다.
             여기서 유식 및 인명까지 섭렵한 그의 수준 높은 불교 이해를 볼 수 있다.
               또 중국 청말의 사상가 탄쓰퉁(譚嗣同)의 『인학仁學』을 옮긴 「인학절본」도

             눈길을 끈다. 《조선불교월보》에 8회에 걸쳐 번역하여 실은 이 글은 소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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