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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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는 냉철하게 비판했다.
           애초에 계율연구에는 흥미가 없었던 히라카와는 불교논리학 연구를 하
          고자 했다. 그러나 미야모토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율을 연구하기 위해

          서는 많은 자료를 읽어야 한다. 한역만도 십송률, 사분률, 마하승기률, 근

          본유부률이 있으며 주석도 4종이나 있다. 그 외에도 팔리어 광률, 티베트
          역 근본유부에도 많은 문헌이 있다. 율律 연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찾기
          위해 율장을 3번 통독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불교 교단조직과의 밀접한 관

          계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흔히 계율은 개인이 지켜야 할 규칙으로 봄으

          로써 율장을 개인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율장을
          승가 조직의 관점에서 보게 되면 교단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히라카와는 수계작법의 예를 든다. 이는 흔히 비구가 계를 받을 때의 의

          식이라고 본다. 그러나 교단의 관점에서는 승가가 비구를 자신의 교단 입

          단을 허락하는 입단 허가 의식이자 시험이다. 이렇게 되면 갈마사, 교수사
          등의 명칭이나 역할도 분명해진다. 수계가 이뤄질 때, 왜 계단을 만드는가
          에 대한 중요성도 알게 된다. 이에 화합승和合僧에 대해 승가가 의식주를

          공평하게 분배해서 생활하고, 계급이 없는 평등한 생활을 하는 측면을 통

          해 이해하게 된다고 본다. 이러한 연구는 매우 선진적인 것이다. 유럽에서
          도 정치, 경제사 연구를 출발로 삼았던 아날학파가 문화사, 생활사, 정신
          사 등의 연구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자본주의 연구 또한 물질과 사

          회의 변동에 따른 삶의 현장으로부터 연구되고 있다.

           히라카와의 계율 연구는 곧 교단 연구인 셈이다. 지금까지의 교의, 교학
          연구를 입체적 관점에서 보게 되는 폭넓은 전망을 부여한다. 이를 또 하
          나, 가사의 작법에서 예를 들어보자. 왜 가사를 누더기처럼 헝겊으로 이어

          만드는가, 또는 큰 천으로 만드는 일이 왜 나쁜가. 히라카와는 그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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