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P. 132

평등에서 근대적 가치를 찾았고 유가의 인仁이 이와 통한다고 보았다. 『인
          학』에서는 인을 도덕의 기준이 되는 형이상학적 원리로 보고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자유와 자주에 의한 친구임을 내세우면서 이것이 수직적 질서를

          해체하고 사회를 결합하는 원리이며 사해 동포주의의 기초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탄쓰퉁의 사상에는 유교와 함께 불교의 화엄사상이 밑바탕을 이루
          고 있는데, 화엄학을 중시한 박한영 또한 그의 논리에 동조하였기에 이를
          번역해서 소개한 것이다.

           『조선불교사고』(1937)를 쓴 불교사학자 김영수는 선암사의 경봉, 화엄사

          의 진응과 함께 그를 근대의 3대 강백으로 꼽으면서, “불전은 물론 경사자
          집과 노장을 섭렵하였고 시문과 서법까지 능통한 뛰어난 대종장”이라고 높
          이 평가했다. 실제로 박한영은 선과 교를 겸수했고 평생 계행을 지키면서

          계율의 수지를 중시했다. 이처럼 계·정·혜 삼학의 불교 전통을 계승하였

          을 뿐 아니라 불교계의 각성을 촉구하고 개혁을 주창하는 등 불교 근대화
          에도 앞장섰다. 또 전통 강원은 물론 근대식 불교 교육기관에서 후학을 키
          우는 데 힘을 썼고, 교단 전체를 이끄는 교정의 역할도 맡았다. 그는 불교

          사와 교학에 정통했고, 동양사상과 서양철학을 결부한 근대적 학술 담론

          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처럼 박한영은 일제강점기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올곧게 지켜낸 교계의 선각자였다.





         ▶
           화순 운주사 와형 석조 여래불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3호(2005년 7월 13일 지정)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천불산千佛山(또는 靈龜山) 기슭에 있는 운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송
           광사 말사이다.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풍수지리에 근거하여 비보裨補사찰로 세웠다는 설이 가
           장 널리 전한다. 이곳의 지형이 배 모양이어서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며 하루 낮밤 동안 천불천탑을 세
           웠다고 한다. 그런데 맨 마지막 불상인 이 ‘부부와불’을 일으켜 세우려 할 때, 불사에 싫증난 동자승이
           “꼬끼오” 하고 닭 울음소리를 내는 바람에 석공들이 날이 샌 줄 알고 하늘로 날아가 버려 세우지 못했
           다고 한다. 대체로 북쪽 다리 부분이 남쪽 머리 부분보다 약 5° 높게 경사져 있다. 이 와불을 일으켜 세
           우면 세상이 바뀌고 천 년 동안 태평성대가 계속된다고 한다. - 현봉 박우현(2009년 5월 22일 촬영)

          130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